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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에 대한 몇가지 오해
작성자 | 한근태
등록일 | 2005-03-16 11:04:27 조회수 | 8597 추천 | 0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제안 제도에 지극한 관심을 가졌고 직원들을 제안에 참여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그 회사의 모델인 도요타 자동차가 제안제도의 지존이고, 제안으로 인해 세계 최강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 이유였다. 우선 부서별, 개인별로 제안건수 목표를 만들고 임원 회의나 부서장 회의에서 이를 점검했다.

제안 담당자는 제안에 대한 현황을 보고 한다, 부서별 제안현황은 어떻고, 목표 대비 어떻고, 가장 잘 한 부서는 어디고 못 한 부서는 어디고, 개인별 1, 2, 3 위는 어느 부서 누구이고, 이 달의 베스트 제안은 어떤 내용이고….

또 좋은 제안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를 했다. 이 제안을 과연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지, 접목시키는데 장애요인은 무엇이고, 만일 그럴 수 있다면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제안에 대해 직원들의 참여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 각종 인센티브를 내 걸기도 했다. 모든 종류의 인센티브를 시도해 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등급 판정을 한 후 A등급 이상은 상당한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같이 복잡한 곳에서 어느 전문가가 모든 제안에 대해 정확한 등급 판정을 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없이 제안 판정만을 위한 별도의 팀을 만들어 운영했다. 하지만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가져왔다.

제안만을 전문으로 하는 꾼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떤 직원은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미루고 제안거리를 찾아 현장을 뒤졌다. 그게 수입이 짭짤했기 때문이다. 판정을 잘 받기 위해 로비를 하는 직원도 나타났다. 또 제안 판정을 위한 직원들의 숫자도 늘어갔다. 나중엔 뭐가 목적이고 뭐가 수단인지 헷갈릴 지경이 됐다.
 
제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 말이 필요 없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일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 주의할 점도 많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가 대표적이다. 의도는 순수했지만 제안 제도로 인해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것이 많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효과적인 제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허브 캘러허 회장은 유가 상승으로 경영상 압박을 받게 되자 가능한 돈이 들지 않는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직원들에게 요청하고, 직원들은 열성적으로 응답해 경영상의 위기를 돌파한다.

하지만 그런 신뢰 기반이 없던 회사는 제안요청에 직원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경영진이 언제 우리말을 들었나, 왜 새삼스레 우리에게 제안을 요구하는거야?"라는 냉소적 생각이 직원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제안제도 시행 전에 직원과의 신뢰수준을 파악해 보아야 한다.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세스도 중요하다. 제안함 같은 것을 문 앞에 두고 직원들에게 제안을 요구한다고 거기에 응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떻게 직원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가 키포인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질문을 하고 직원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제안을 했을 때 이것이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전문 병원에서 사고를 줄이기 위한 직원들의 제안은 돋보인다. 치매 환자들은 부엌같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감으로서 많은 사고를 일으킨다. 화상을 입기도 하고, 전기사고를 내기도 한다.

직원 중 한 명은 치매 환자들은 검은 색 바닥을 무서워한다는 사실 (웅덩이인 줄 알고)을 알고 그 지역을 검게 칠하자는 제안을 함으로서 사고를 대폭 줄인다. 또 기절하는 환자로 인해 고민을 하는데 분석해 보니 새벽 산책 때 많이 일어나고 빈 속에 걷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간단한 요기거리를 제공함으로서 기절 사고를 대폭 줄이기도 한다.

이런 제안은 모두 본인들의 업무를 쉽게 하지만 결국 요양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가장 중요하지만 위험한 것은 보상 제도이다. 잘못된 보상 제도는 제안제도의 목적 자체를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안으로 인한원가절감의 몇 퍼센트를 상금으로 주자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잘못하면 이를 평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만 한다. 때로는 법정소동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상 때문에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개선하는데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제안을 하는 것이다. 제안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제안 자체가 실행되는 것이다.
 
제안제도는 단순히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제안을 한다는 것은 회사 일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의미이고,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고 직원과 경영진 모두 같은 배를 탄 사람이란 의식도 생겨난다.

혁신이란 어느 날 갑자기 대단한 무슨 일을 한다고 일어나지 않는다. 그 보다는 회사 일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반복 누적됨으로서 일어나는 것이다. 제안 제도는 혁신의 단초를 제공하는 좋은 수단이다. 제안 제도를 통해 조직의 생산성을 한 단계 올려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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